Shinnara's Blog
Talking with Shinnara :: NaraTalk.com

아침에 박재현 님의 글을 보다 몇 글자 적어봅니다.

 어려서부터 똑똑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자랑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솔직히 자라면서 똑똑하다는 소리 한번 안들어본 사람은 없으니까요 ^^. 그리고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소위 명문이다 일류다하는 대학,대학원까지 나왔으니 주변 사람들의 평이 그리 틀리지만은 않은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저희 집에는 별채라고 할까요? 독립된 다른 건물이 하나더 있었는데, 그곳에는 방이 몇개 있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그 방을 대학생들에게 세를 주셨죠. 자취한 형도 있었고, 하숙을 하던 누나도 있었습니다. 하여튼 어려서부터 머리 큰 형들과 심심찮게 어울렸죠. 그중에 물리학과를 다니는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이 컴퓨터를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대단한 물건이었던 Apple 컴퓨터를 가지고 있기도 했구요. 저도 나중에는 (초등학교 5학년. 아마도 1988년도였나봅니다.) Apple II+ e 라는 컴퓨터를 부모님께 선물받았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컴퓨터라는 것을 대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때 학교에 한대 있던 금성에서 나온 패미콤(?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이었습니다. 참으로 투박한 모습의 컴퓨터였지만 제게는 너무나도 신기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겨울 방학, 처음으로 시내에 있는 컴퓨터학원이라는데를 가보게 됩니다. 며칠 다니고 말았습니다만, 제 가슴속에는 이미 컴퓨터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싹텄던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학과를 정할 때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전산학과는 당연한 것이었고, 그것이 내가 갈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전산학과에서 졸업을 하고, 병특을 하고, 다시 대학원을 갔다가 지금 이자리에 있습니다.

며칠 전 아내가 직장 동료인 선생님의 집에 갔다가 오면서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 우와~ 집 너무 좋아."

"대전 둘레의 산이 다보여.."

"4면 방음 시설된 음악실엔 그랜드 피아노까지 있어"

"지하에는 서점도 있고..."

 같은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께서 얼마전에 새집으로 이사를 하셨는데, 중간 고사 기간을 맞아 오후 시간이 여유로운 터에 차나 한잔 하자며 아내와 다른 동료 선생님들을 초대하셨나봅니다.  새로 이사간 집은 대전 둔산의 요지에 위치한 고급 주상 복합 아파트였습니다. 아내 말에 따르면, 따로 인테리어를 더 하고 들어가셨다고 하는데 꽤나 고급스럽게 하셨나봅니다. 아내가 너무도 부러워하더군요. 전화 통화의 마지막에 아내가 우스개로소리로 "자기도 의사나 할걸 그랬나봐.." ... 그 선생님의 남편이 잘나가는 의사로 한달 수입이 엄청나다고 합니다.. ^^

 결혼을 하고, 아이의 아빠가 되어보니 가끔은 내가 왜 이 길을 걷고 있지?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물론 지금의 제 수입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그래도 많은 편에 속합니다.하지만 뭐랄까요.. 안정적이라는 느낌은 없습니다. 젊은 나이에 너무 안정적인 것을 찾으면 안되겠지만, 딸린 식구가 생기다보니 어쩔수 없나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직업에 대해 생각할 때 기준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좋은 것만 볼 수 있는 그런 직업이었으면 좋겠다고. 아니 나쁜 것은 되도록 보지 않는 그런 직업이면 좋겠다고. 그러면서 나 자신도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좋을 것이라고.. 의사는 매일 아픈 사람들 상대해야 하니 싫고, 검사나 판사는 죄를 지은 사람들을 대해야하고, 변호사는 자신의 뜻이 아니라도 의뢰인을 위해 변론해야하고 등등.. 그래서 남들이 좋다는 그런 직업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커보니 제가 참 어리석었구나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아픈 사람 치료해주니 행복하고, 사회 정의 구현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 좋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변호해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거기에 명예와 부까지..

 얼마전 읽은 시골 의사님의 글 하나가 생각납니다. 시골 의사님의 아버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갑으로 살아라." 삶에 있어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저는 제 딸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아빠가 될 수 있을까요? 물론 돈과 명예가 전부는 아니겠지요. 나름대로 아내에게, 딸에게 자상한 남편이고, 사랑이 가득한 아빠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면 가슴이 답답해져오곤 합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다시 새로운 길을 가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칼을 뺐으면 무라도 벤다고 하던가요? 이 길에서 승부를 봐야지요. 이게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앞으로 더 잘하면 되겠지요. 돈을 많이 벌면 뭐합니까.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야 그게 행복이지요. 그저 조금 더 벌어서, 제 아내와 딸,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잘해주고 싶습니다.

월요일 아침, 주저리 주저리 이상한 내용만 잔뜩 끄적였네요. 며칠전 읽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떠올리며 삶의 의지를 다져볼 까합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고, 서로 아끼며 함께 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이 있으니 살만한 세상이라고...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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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rackback,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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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naro.tistory.com BlogIcon 신나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따님 사진 좀 보고 싶습니다... :)

    무엇보다도 남보다 좀 컴퓨터를 빨리접해서 중1때부터 C언어 책을 옆구리에 끼고 살던 제겐... (물론 지금 잠시 다른 일로 제쳐놨을 뿐입니다.) 이 글이 슬프게 느껴지네요...

    갑자년 새해에, 이글의 분위기가 180도 뒤집어 지는 일이 있을 줄로 믿~~~씁니다~~~ 캬~!

    2008.02.12 18: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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